[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수도권·대도시로의 인구 유출 등으로 ‘지방소멸’이 국가·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모집난으로 지방대·전문대 위기가 심각 단계다. 앞으로 30년 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지방소멸, 지방대·전문대 고사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교육계 화두는 ‘지역 주도 대학 혁신’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지방대학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부에서도 ‘지학(地學)·관학(官學) 협력’을 골자로 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 본지는 교육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 등 지자체·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우수 대학 사례를 소개하며 정부를 비롯한 교육계가 주목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부는 최근 지역대학에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상생을 실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교육부도 정부의 이 같은 기조에 따라 대학이 지역과 밀착해 현안을 해결하고 지역사회에 정주할 청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 사업’을 지난해부터 신설해 지원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서 전문대를 주축으로 고등직업교육을 활성화해 지역 내 인력양성과 산업발전 등을 실현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원광보건대학교는 지난 1976년 개교해 47년간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세계적 수준의 창조적 직업교육으로 특성화해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지난 2019년에 ‘학생이 성공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을 슬로건으로 삼고 보건·의료인 양성에 특화한 현장 밀착형 교육 시스템 기반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전국에 걸친 대규모 보건·의료 인프라가 기반인 전라북도 명문사학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원광보건대는 지난해 6월 익산시와 연합체(컨소시엄)을 구성해 교육부가 지원하는 하이브(HiVE) 사업 수행대학으로 선정됐다. 하이브 사업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 내 평생·직업교육을 활성화하고자 전문대·기초자치단체 간 협력을 지원하는 국고 사업으로, 정부는 선정된 컨소시엄에 인재 양성 사업 예산을 투입한다.
하이브 사업에 선정된 원광보건대-익산시 컨소시엄은 익산시 중장기 발전 목표에 부합하는 지역 특화 분야를 선정했고, 지역사회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익산시에 정주할 인력을 양성하고, 시민들의 역량을 개발할 직업교육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 등 오는 2025년까지 하이브 사업을 바탕으로 지역 특화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사업 선정 이후 약 1년간 진행된 사업 성과 평가에서 원광보건대는 호남·제주권 1위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원광보건대 관계자는 “올해 진행하는 사업 2년 차에서도 익산시에 밀착한 고등직업교육 거점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사업 관리 체계 구축, 학령기부터 전 생애에 걸친 특화 분야 인재 양성, 평생·직업교육 추진, 지역사회 공헌 등을 중점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 NICE 혁신 기반 익산형 고등직업교육 선도모델 창출 = 원광보건대와 익산시는 지역소멸 위기, 학령인구 감소 등 지자체와 대학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지역밀착형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대학·지자체 중장기 발전계획을 기반으로 지역산업 여건, 특화 분야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NICE 혁신 기반 익산형 고등직업교육 선도모델 창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원광보건대-익산시 컨소시엄은 익산시의 역점 정책 중 하나로 글로벌 5대 식품 클러스터로 육성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FOODPOLIS)’를 기반으로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식품시장 도약을 추진한다. 또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출산·양육 등 아동 돌봄에 대한 부담 감소와 노인·장애인 복지 확대 등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이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원광보건대-익산시 컨소시엄이 선정한 지역 특화 분야는 ‘그린바이오식품’과 ‘돌봄 특화 서비스’ 등이다. 원광보건대는 이에 따라 지역 특화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고, 여기엔 △간호학과 △물리치료과 △사회복지과 △식품영양과 △유아교육과 등 5개 학과가 참여한다.
참여학과별 하이브 사업 인재상을 살펴보면 간호학과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시니어 맞춤 헬스케이서비스 역량을 갖춘 인재, 물리치료과·사회복지과는 발달장애인 돌봄과 재활을 지원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또 식품영양과는 맞춤형 가정 영양식(HMR 메디푸드) 개발 역량을 갖춘 인재, 유아교육과는 아동 돌봄 체육과 숲 활동 지도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광보건대는 △그린바이오 식품 △노인 돌봄 △아동 돌봄 △장애인 돌봄 등 관련 분야의 재직자와 자격 취득자, 지역주민의 실무역량을 향상하는 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취·창업 지원 등 평생·직업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원광보건대는 지난해 지역특화분야 직업교육과정, 일반분야 직업교육과정 등을 운영해 총 7개 과정에서 참여자 이수율 100%를 달성했다. 또한 속눈썹 뷰티샵 창업 과정을 이수한 교육생이 산업체 취업에 성공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 평생·직업교육 과정의 신호탄을 쏘았다는 평가도 받게 됐다.
올해 원광보건대는 직업교육과정으로 지역특화분야 15개 과정, 일반분야 7개 과정 등 총 22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메디포드 디저트 메뉴 개발 △숲 활동 지도사 심화 과정 △실버인지놀이전문가 과정 △브런치 카페 메뉴 마스터 과정 Ⅰ △왁싱 창업 과정 등이 대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원광보건대 관계자는 “지역특화분야 교육과정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 1년 차와 비교해 일반분야를 다양하게 구성해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자격증 취득과정을 증설해 취·창업을 지원하고 실무역량을 강화해 지역에 필요한 인재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국내 최초 ‘청년시청’ 문 연 익산시, 원광보건대와 청년도시 구현한다
익산시는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청년시청’을 개청했다. 대한민국 제1호 청년시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익산시 청년시청은 민·관·학 협업을 기반으로 청년들의 실질적 취업역량 강화와 문화·복지 실현을 이끌 맞춤형 청년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익산시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원광보건대 하이브 센터는 올해 1월 익산 청년시청, 익산 청년희망네트워크와 상호 협력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해당 기관은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문화·주거·복지 등 정주 여건과 청년 삶의 질, 행복추구권을 확보해 청년 도시로 확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협력하게 된다.
이보욱 익산청년시장은 “민·관·학 협력을 통한 청년정책 기반을 마련한 만큼 청년층 요구에 부합한 맞춤형 청년 지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익산시도 청년 인구의 정주 여건을 향상하는 데 역량을 모은다. 익산시 관계자는 “‘청년, 익산으로 스며들다’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정 중점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며 “원광보건대 하이브 사업과 연계해 청년지원 확대, 일자리 창출, 돌봄도시 구축, 청년 맞춤 교육 등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역 발전, 인재의 유입·정착을 위한 환경 조성과 효율적인 일자리 공급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교육기관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익산시는 원광보건대와 함께하는 하이브 사업을 통해 지역 특화 분야 교육 시스템과 인재 양성 지원체제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백준흠 원광보건대 총장은 “끊임없는 혁신과 더불어 대내외 환경에 최적화한 미래형 교육 인재를 양성해왔다”며 “하이브 사업이 목표로 하는 익산시와 지역사회 상호 간 연대와 협력으로 지역 청년 정주 환경을 조성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